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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방 정리 문제

502301 2023. 8. 30.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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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7세] 아이와 함께 ‘방 정리 문제’를 해결한 방법

지저분한 아이 방을 치워주지 않은 채 잔소리만 늘어놓고 있다는 걸 깨달았던 적1이 있다.

깨끗하게 정리된 공간이 주는 기쁨 (대안) 을 먼저 느끼게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이었다.

그 때 이후로 나아진 것이 있었을까? 전혀 없었다.

사실 당연한 일이긴 했다. 아이 입장에서 깨끗하게 정리된 방을 보고 기분은 좋았겠지만, 노력해서 만들고 싶을 만큼은 아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5살 아이에게 기대해서는 안 되는 일이기도 했다).

1. 방 정리에 나서게 된 계기

아이 방은 예나 지금이나 발 디딜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잡동사니 천지였다.

만들기도 좋아해 부스러기들까지 더해지다 보니 문을 열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초등학생이 되어 조금은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지만, 그냥 지켜보기만 했을 때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오랜 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내는 아내 입장에서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한창 이기적일 때라 신경도 자주 건드는데, 방까지 부엌에서 가까워 아이에게 좋은 반응이 나가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렇다고 나까지 나서 부담을 주면 놀기 시작할 때부터 정리할 것을 신경 쓰게 만들까 봐 고민이 됐다.

한껏 키워야 할 창의성을 제한할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저 주말마다 청소할 때 방 정리만 도와 달라고 이야기하는 게 내가 선택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물론 아이가 마음먹고 치울 때는 깨끗하게 정리해 주긴 했지만, 이마저도 쉽게 따라주지 않아 언제부턴가 아이 방은 빼놓고 청소하는 게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지 않는다면 갈등 상태에 머물러 감정의 골만 깊어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심지어 아내 스스로도 정리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아하는 성향이라 그대로 두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갈수록 커져 갔다.

그러던 중에 좋은 계기가 찾아왔다.

아이들이 태어난 뒤 처음으로 엄마 (아내 입장에서 시어머니) 와 아내, 아이들 넷이서 3박 4일 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나는 갑작스럽게 3일 연차를 내기 어려워 못 가게 되었다).

엄마가 가까운 곳에 살아 왕래가 잦기도 했고,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고 많이 도와주려고 노력해 주신 덕분이긴 했지만, 그래도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아니어서 고마운 마음이었다.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게 됐지만, 솔직히 내 할 일이나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을 뿐 아이 방을 치울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가 나서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생각, 그리고 부엌을 갈 때마다 홀로 지저분한 아이의 방이 계속해서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결국 아이 방 정리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다.

2. 정리 중에 찾아온 기쁨의 순간

물론 처음부터 제대로 치워야겠다고 생각했던 것도 아니었다.

몇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마음을 먹고 정리를 시작하면서 이내 몇 가지 고민이 떠올랐고, 한 번에 해결하고 싶다는 욕망으로 이어졌다.

① 모든 물건을 다 정리해 주면 얼마 못 가 다시 지저분해져 갈등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다.
② 내가 다 치워주지 말고 스스로 정리하는 법을 알게 해줘야 할 텐데, 하지 말아야 하나?

사실 방 정리 자체는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① 모든 물건들을 자기 기준에 맞게 범주화하고

② 중요도와 사용 빈도에 따라 가까운 곳과 먼 곳에 위치를 정해주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유한 물건을 제대로 분류하는 것이 쉽지 않아 (항상 애매한 물건들이 있게 마련) 정리를 미루게 되는 것이 늘 문제였다.

그렇다고 만드는 기쁨을 한창 느끼고 있는 아이에게 이런 과정을 감내하도록 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정리하는 내내 고민이 됐다. 다행스럽게도 해결의 실마리는 물건을 모아 놓는 중에 찾아왔다.

‘나는 이렇게 범주화 해서 모아만 놓고 위치는 아이가 직접 정하도록 하면 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나는 나대로 충분히 정리할 수 있어 좋고 (심지어 정리할 시간도 줄일 수 있다), 아이도 자기가 원하는 위치에 물건을 놓을 수 있어 좋을 만한 방법이었다.

평소 늘 염두했던 원칙 큰 틀에서 선택지를 제공해 주고, 세세한 부분은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는에도 부합할만한 방식이다보니, 글을 쓰려고 씨름하던 중에 찾아오는 깨달음의 순간처럼 만족감이 올라왔다.

그렇게 고민거리를 해결한 나는 3시간 가량을 들여 물건들을 모아 놓기 시작했다.

다만 처음부터 제대로 치울 생각이 없어 Before 사진을 찍어두지 못한 게 못내 아쉬울 따름이었다.

왼쪽부터 아이가 만든 결과물을 담은 가방, 만들기 재료, 필기구, 색칠공부 책, 노트, 일기, 책, 악세서리, 편지 등으로 모아두었다. (장난감 더미는 사다리 뒤에..)

재미있는 것은 이 모습을 본 두 사람의 반응이었다.

아내는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해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했고, 아이는 딱 절반 만큼만 좋아했다.

왜 다 치워주지 않았느냐고 말이다. 예상치 못한 원망이었지만 충분히 이해가 돼 웃음이 났다.

아이에게 여기까지만 정리해 둔 이유를 설명하고는 원하는 위치가 어디인지, 얼마나 자주 쓰는지를 물어보면서 함께 두 번째 정리를 시작했다.

3. 고민이 습관이 된 이유

아마 이 과정도 앞으로 몇 번은 더 반복해야 아이가 (원하는 때에) 스스로 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적어도 어떻게 정리해야 되는지에 대한 감은 잡았을 것이기에, 두 사람이 이전 만큼의 갈등을 겪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거기에 평소 중요하게 생각해 왔던 부분 – 사서 고생하는 이유 – 도 새삼 느끼게 되어 기록으로 남겨 놓고 싶었다.

① 인생은 결국 실험이다. 기존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똑같은 방법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사람은 정신병자다. –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개인적으로 안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정신을 번쩍 들게 해주는 소중한 조언이다.
② 일단 시작해야 거기에 맞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③ 문제를 부여잡고 씨름할 때 깨달음의 순간이 찾아온다.
④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성취감이 어려운 과정을 반복하도록 이끌어 준다.

앞으로 이런 경험들이 우리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꾸준히 지켜보면서 다음 고민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실 분들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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